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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류시화, 문정희/Pauvre Rutebeuf - Nana Mouskouri

by 고요한 강 2017. 8. 6.




Vilhelm Hammershøi
 
 
나이 / 류시화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 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난 말했지
어느 날 불시에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을
나의 날들이 너무도 많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만을 세지
왜냐하면
그 순간이 정말로 나의 모든 삶이었으니까
 
 


 
 
 
           나이 / 문정희

           몇 굽이 암벽을 오르니 드디어 설원
           나무 한 그루 온몸 비틀며
           앙상한 생명을 증거하고 있다
           하늘과 대결하고 있지만
           입술로 사랑할 일도 많지 않으니
           회오리도 햇살도 부드럽기만 하다
           이제 나에게 나이란 없다
           없기로 했다
           오직 홀로의 등정이 있을 뿐
           스승도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다
           나이면 다이다
           그 말고 누가 더 정확하게
           이 아찔한 기상도와
           주거부정 철새의 길을 일러줄 수 있단 말인가
           찬바람 머리칼처럼 쓸어 넘기며
           가만히 서 있어도 무너지는 폐허!
           이윽고 여기가 정상이라는 것을
 
 






Pauvre Rutebeuf (가난한 음류시인 뤼트뵈프)-Nana Mouskouri

내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주 가까이 지내며 그토록 사랑했던 친구들은
그들은 너무 흩어져 있었지
바람이 그들을 앗아갔다고 난 생각해
사랑은 죽었다네

바람이 실어간것은 친구들이고
내 문앞에서 바람이 불고 있었지
그들을 실어갔다네

나뭇잎이 떨어진때와 동시에
땅에 나뭇잎이 떨어져
하얀 나뭇잎으로 남아있지 않을때
나를 낙담시키는 초라함과
도처에서 나를 책망하는 초라함과함께
사랑은 죽었다네  

(그사랑은 )당신께 말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
내가 어떤식으로 얼마나 놀라움에 빠졌는지,
내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주가까이 지내며 그토록 사랑했던 친구들은 ...
사랑은 죽었다네

고통만이 오지는 않아
내게 왔었고 나에게 생긴 모든 것들 ,
시들한 생각과 시들한 기억은
영광의 왕인 하느님을 내게 보여주었지

그리고 변변치 않은 수입과  
매상이 있을때 부과되는 나에대한 세금
바람이 내게로 불어와
나에게 부채질을 해주네
사랑은 죽었다네

바람이 실어간 것은 친구들이고
내 문앞에서 바람이 불고 있었지
그들은 실어갔다네
그들을 실어갔다네




 사랑초 (분홍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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