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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구름바람산
초기 시

일본간의 천국

by 고요한 강 2006. 4. 21.

 
오랜만에 아침에 걷는 것 같다
비 내린 거리가 상큼하다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여 놓고  
아주 오랜만에 전철을 타기 위해 
말끔해진 골목길을 지나
강남역으로 향하였다
 
오랫동안 지하철을 타지 아니하여서 인가
꿈속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만 같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신세대들이 듣는 가요
이승철의 " 열을 세어 보아요"를 듣고 있는데
절친에게 온 전화가 울린다 그녀에게 간단히
" 네 진실함에 늘 고마워 "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내 앞에... 분홍빛 옷을 입은
눈이 파란 소년이 사탕을 귀엽게
흔들어 보이며 디미는 게 아닌가
아주  가볍고 친절하게~~ 그의 눈빛은
천진하고 천사처럼 밝았다
나는 얼른 "잠깐만 기다려! 라며 친구처럼 웃고는
금세 빠듯한 새 돈을 내어 주며 빙긋 웃었다....
그는 금세 엄마~~ 사랑해하며
포옹하고 꽉 껴안아 주는 게 아닌가? 
나는 소년의 꽉 껴안음 받아서 얼떨결에 안 기우니
하나로 반응하도록 한 번 더 엄마"~~ 하며 꼭 안아줄 때
그제야 난 그의 귀에 그래~~라며 반응하였다
그 아이의 첫 목소리는 목 소리였다
소년 천사의 포옹을 받은 것이다..
(  하마터면 결코 몰라 볼 뻔한,  길거리 천사 )

그러자 그는 맑게 웃으며 순식간에 다른 칸으로 건너갔다
넓은 전철 안에는 사람들 제법 있었는데 한순간에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냥 잠깐 사이에 지하철 안에서 거짓말처럼 소년과 한 사람이 된 것.
소년의 마음과 한 덩이가 되었고
그와 꼭 같음을, 텔레파시로 느끼게 해 줄 때서야
소년의 귀에 엄마로서 입을 맞출 수 있었다   
티 없이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느꼈다
.....................
내 가슴속이 깨끗하여졌다. 
그 감동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다른 칸으로 가는 뒷모습만 가까스로 볼 수 있었다
( 언제나 하늘 사람들과의 조우의 특징은,
그저 단순하고 바람처럼 조우하고 난 뒤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라진다)
금세 눈물이 소리 없이 펑펑 나왔다
참으로 아름다운 반응을 접하고, 
세상이 천국처럼 느껴졌다 
 
아주 짧지만,  어린 거지 모습이 되신 
참이신 님(주))을 만났던 것이다
나로 하여금 다시 한번 
나는 아무것도 없음, 티도 없다는 것을 선물한 것이다
아 나는 그 천사의 가난 속에 나를 붙여준 것에 그만 감동~~~
너무나도 기뻐서 그만 눈물이 주체 없이 쏟아졌다
한참을 그렇게... 그 아이 속에 깊은 사랑에 감동되어 오고
아무도 모르게 가슴속에 놓아준 선물....
그의 천국을 본 것이다
 
잠시 일분 간의 짧은 천국을 본 것...
저 마음속에 진정한 하늘인.. 모두 하나인 걸 그의 안에서 본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천국은, 그 마음이 닫히지 않았다면...
수 없이 맛볼 것이지만...
그만 여기 세상에서 잃어버린 것들의  오묘함과 깊이는 모른 채
알 수 없는 고통 속으로 걸어간다
 
언젠가 이런 시를 쓴 적이 있다
저 겨울 발그레한 가난이여 라는 시를 말이다
바로 지금의 그 가난을 원한 것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가난을 덧입기 위하여
부자가 되면 얻을 수 없는 것만 같아서
속으로 당신의 가난을 청하던 나에게...
그런데 지금..
그 조그마한 가난을 주신 것에서
나는 울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료사고로 옆지기 장기간 입원하고
남편이 하던 업무를 맡아 출근하고
의료 사고를 낸 의사의 양심 있는
의료비의 할인을 바라며 결과를 기다리고
순수한 길 어렵게 찾아가면서 뇌 활성화를 기다린다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이 시점에 온전한 행복을 제시하시며
하나 일 수 있게 하신.. 보이지 않게
나 모르게 안으로 만들어 주고 계신... 손길 있었음에 찬미하며...
 
상큼한 사과 맛보다,  비 오는 날의 상쾌함보다
벗 꽃의 꿀향기 보다도 하나가 되는 기쁨만큼,,, 향기로운 게 있을까
재스민의 향기보다 하나가 되는 기쁨만큼 향기로운 게 있을까?
 
오늘 아침잠이 오지 않아서, 4시에 일어나서 밖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창을 열으니 작은 바람이 가만히 불고 있다
바람에 이는 잎새 하나에도 마음이 일렁이는 나....
너무나 상처받았고 외로워하는 나,, 작은 사슴처럼 이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몰라라 하지 못한다...
연한 붓~ 들고 말하고 싶은 아침에
일분 간의 천국을 꽃처럼 여기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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