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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항로를 모르는 항해 / In Memory Of Mary Travers- There is a ship

by 고요한 강 2017. 8. 22.

 

 

항로를 모르는 항해 / 도하

 

한척의 배가 떠서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깊은 바다 위로 목적지를 모른채

이 배가 얼마나 튼튼한지 

얼마나 더 멀리 가야 할지도 

항로도 기술도 모른채 떠밀려 갑니다

시간이라는 바람이 뒤에서 밀어주는대로

 

밤길 뚜벅 뚜벅 말 없이 걷듯

홀로 노를 젓지만

언제까지 젓다가 쉬어야 할진 모릅니다

첫 항해 어디로 가 닿으는지

마지막 항구 어딘지 모른채

그저 무심히 흐르도록 두는

삶 모르고 이 별에 내린 것입니다

 

희망하고 힘써 얻은 것이

내 영혼에 유익할지 해로울지 모르며

궁극은 어디로 가닿게 할지 모른채

자아 실현의 最大 확장인 줄로 믿지만  

눈에 보이는 걸 크게 잃코서야 

비로소 다른 차원이 열린다면

정녕 무엇을 바랏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벌거벗음 그대로

무한한 존재를 두고

일생을 꾸미다

주인이 아닌 노예로

장님의 생은 모른채

주인이 주인인 줄 모르고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높이 쌓고

허물어 뜨리려 아니하지만 

제 칫수를 재는 허깨비도 아닌

고결함의 추구도 아닌

그 무엇, 아닌

즉각, 말을 제압할(言語刀斷)

그 것인 때문입니다

 

*(自燈明/ 法燈明)

 

 

이성이라는 지상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초월적 존재의 대기(大氣) 속에서 자신을 발산하고

가벼운 송이 눈발과 같이 현세의 무거운 이성 위를 떠내려가는 것은

아아, 실로 무엇이라 하는 천국적 즐거움일 것인가?

말하자면 영원에서 영원으로,

영원의 유방을 빨고, 젖을 빨고 있는 것은

아아, 무엇이라 하는 광희(狂喜), 무엇이라 하는 환락이냐!

 

(포이에르바흐, 『죽음과 불사(不死)』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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